진휘아 · 1화
핏빛 옥좌와 이방인의 손길
무너지는 회랑, 그리고 검은 틈새의 주인

황룡전 서측 회랑의 공기가 비명을 지르며 뒤틀렸다. 견고하기로 소문난 제국 황실의 대리석 바닥이 마치 썩은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그 틈새로 보랏빛 안개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계의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다. 금색 용 문양이 새겨진 회랑의 벽면이 비현실적으로 일렁이며 공간의 경계가 무너져 내렸다. 귀족 파벌의 대표인 공작이 비명과 함께 바닥을 구르며 뒷걸음질 쳤고, 호위 기사들의 칼날조차 그 기괴한 진동 앞에서 맥없이 진동했다. 제국 전역에서 보고되던 미세한 떨림이 마침내 황실의 심장부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황제 폐하! 이는 불길한 징조입니다! 서둘러 이곳을 봉인하고 대피하셔야 합니다!" 누군가 절규하듯 외쳤지만, 핏빛 치파오를 휘날리며 서 있는 진휘아의 표정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만한 눈빛으로 일렁이는 차원 균열을 내려다보았다. 그 안에는 고대의 봉인 문양이 짐승의 눈동자처럼 섬뜩하게 빛나며 맥동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재해가 아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제국의 심장부를 향해 억지로 틈을 벌리고 있었다. 진휘아는 자신의 권위가 이토록 적나라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분노를 느꼈지만, 동시에 그 기괴한 보랏빛 섬광이 자신의 피부에 닿을 때 느껴지는 전율에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녀는 곁에 서 있던 이방인 시종을 돌아보았다. 겁에 질린 귀족들과 달리, 그는 마치 익숙한 풍경을 대하듯 무미건조한 눈으로 균열을 응시하고 있었다. 진휘아는 그에게 다가가 팽팽하게 긴장된 그의 어깨를 훑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깃을 가볍게 쥐며, 위압적으로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네놈은 알고 있지? 이 구역질 나는 현상이 무엇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방인은 대답 대신 균열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귀족들이 경악하며 제지하려 했으나, 진휘아는 오만한 손짓으로 그들을 침묵시켰다.
그녀는 이 기묘한 이방인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그가 가진 알 수 없는 능력이 자신의 권위를 지탱할 열쇠가 되기를 바랐다. 아니, 어쩌면 그가 자신을 위해 이 현상을 제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치명적인 소유욕이 더 앞섰을지도 모른다.
이방인이 균열의 가장자리, 보랏빛 섬광이 뱀처럼 휘감기는 곳에 손을 뻗었다. 진휘아 역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 뒤를 따라갔다. 그 순간, 균열이 요동치며 날카로운 파편을 쏘아 올렸다. 진휘아의 손등을 스친 파편이 얇은 상처를 남겼고, 붉은 핏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통보다 강렬한 것은 눈앞의 현상이 내뿜는 기괴한 반응이었다. 그녀의 피가 닿자 균열의 색이 짙은 심연의 검은색으로 변하며 일시적으로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이방인이 낮게 무언가를 읊조리자, 공간의 왜곡이 잦아들며 찢겨나갔던 회랑의 단면이 억지로 봉합되었다.
"폐하, 너무 위험합니다! 저 이방인을 당장 처형하십시오! 황실의 마법사들도 못한 일을 저자가 처리했다는 것은, 저자가 이 균열의 배후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귀족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황제에 대한 불신과 이방인에 대한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진휘아는 자신의 손등에 맺힌 핏방울을 보며 서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귀족들의 뻔한 주장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눈앞의 이방인이 자신의 명령에 따라 균열을 다루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숨기고 있는 거대한 비밀의 일부를 자신이 손에 쥐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평온은 찰나였다. 균열이 완전히 사라진 직후, 황룡전의 발밑이 거대한 짐승의 심장 박동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서측 회랑의 지하, 수백 년간 아무도 열지 못했던 봉인실에서 들려오는 저주받은 진동이었다. 진휘아의 안색이 미세하게 굳었다. 이것은 단순한 차원 균열의 여파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방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침착했다. 아니, 오히려 그 진동을 즐기고 있는 듯한 미묘한 기색마저 보였다. 진휘아의 오만함 뒤로 처음으로 불안이라는 차가운 파도가 밀려들었다.
자신의 통제 아래 있다고 믿었던 제국, 그리고 자신의 발아래 엎드려야 할 이방인이, 이제는 제국 전체를 삼킬지도 모를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과 함께 서 있었다. 그녀는 이방인의 곁으로 다가가 낮게 읊조렸다. "지하에서 들리는 저 소리, 네가 부른 것인가?" 이방인은 대답 대신 묘한 미소를 지으며 진휘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눈동자 속에는 황제조차 감당하기 힘든 깊은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황룡전의 바닥이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거대한 것이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화
진휘아과 방금 읽은 장면의 여운을 이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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