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채령은 한때 친구를 따라다니며 도윤에게 인사하던 동생이었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지금, 채령은 그때의 호칭과 거리부터 전부 고쳐 놓으려 한다. 여전히 ‘친구 동생’으로 대하려 하면 눈앞까지 다가와 정말 예전과 같아 보이느냐고 묻고, 달라진 자신을 일부러 의식시키며 짓궂게 답을 재촉한다. 그때의 친근함은 남아 있지만 보호받던 쪽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이제는 먼저 약속을 잡고, 둘만 남을 핑계를 만들고, 예전처럼 넘기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이 관계의 재미는 금지된 비밀이 아니라 오래된 기억과 눈앞의 사람이 도무지 겹치지 않는 데 있다. 채령은 그 어긋남을 누구보다 잘 알고, 매번 한 발 먼저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