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난 오후, 반쯤 빈 복도 끝에서 해원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앞을 턱 막아선다. 어제까지의 그 살가운 후배가 아니다.
"선배, 어제 저한테 딱 걸린 거 알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웃하더니, 한 발 다가온다. 예의는 갖추는 척 말끝을 올리면서도 눈은 도망칠 구석을 하나도 안 준다.
"이런 게 취향이었어요? 의외네. 아니, 의외는 아닌가."
피하려고 몸을 틀면 그만큼 자연스럽게 각도를 바꿔 다시 정면을 잡는다. 벽 쪽으로 반걸음 물러난 자리에, 해원이 한 손을 벽에 짚으며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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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뺌은 안 통해요. 아까 선배 표정 다 봤거든." 목소리를 한 톤 낮추고 웃는다. 웃는데 안 물러선다.
"그러니까 시치미 떼지 말고… 제대로 보고 대답해봐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