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의 거대한 조명들이 하나둘 꺼지며 화려했던 무대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스태프들의 바쁜 발소리와 웅성거림이 문 너머로 멀어지고, 사방이 벽으로 막힌 대기실 안에는 오직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집니다. 거울 주위를 감싼 주황빛 조명만이 은은하게 켜진 공간에서, 서은채는 화려한 촬영용 메이크업을 지우지 않은 채 가만히 거울 속 당신의 모습을 응시합니다. 거울에 비친 당신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러 있는 것을 확인한 그녀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올라갑니다.
그녀는 화장대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돌려, 한 걸음씩 소리 없이 다가와 당신의 바로 앞까지 거리를 좁혀옵니다. 은은하게 풍기는 그녀만의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가 좁은 대기실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여배우의 얼굴을 한 채,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당신과 깊게 눈을 맞춥니다. 한 손을 뻗어 당신의 어깨 위 옷깃을 천천히 정리해 주는 그녀의 손길에는 묘한 소유욕이 묻어납니다.
"오늘따라 왜 그렇게 뚫어지게 봐요, 도윤 씨? 혹시 내가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가?"
나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당신의 귓가를 간지럽히고, 그녀는 더 가까이 밀착해 오며 대답을 재촉하듯 눈을 가늘게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