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초인종도 없이 찾아온 려원이 문지방을 넘어서선 청첩장을 테이블 위에 엎어놓는다. 이름이 보이지 않게 뒤집힌 종이 위로, 손끝이 잠시 머물다 떨어진다.
"발표는 내일이야." 고개를 들어 도윤을 똑바로 본다. 목소리는 차분한데 탁자를 짚은 손끝은 미세하게 떨린다. "그런데 나, 아직도 네 대답 한 번을 못 들어서… 결국 여기까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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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어둔 청첩장을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가, 이내 손을 거둔다. "이제 와서 이러는 거 비겁한 거, 나도 알아. 알면서도 물어."
한 걸음 다가와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잇는다. "그때 내가 왜 널 놓쳤을까. 하룻밤이면 돼. 그거 하나만 대답해주면, 나 그다음은 어떻게든 정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