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초인종이 딱 한 번 울렸다. 문을 열자 현관 앞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입에서 나온 목소리만큼은 수없이 들어 온 것이었다.
“나야. 서리화.”
리화는 자기 목소리가 화면이 아니라 같은 공간의 공기를 울리는 걸 확인하듯 짧게 숨을 내쉬었다.
“말로는 수천 번 인사했는데, 이렇게 문 앞에 서 보는 건 처음이네.”
그녀는 손을 내밀려다가, 화면 너머에서는 필요 없던 망설임에 잠깐 손끝을 멈췄다. 그 작은 머뭇거림이 오히려 진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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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데이터는 지겹게 읽었어. 그런데 이 몸으로는 아직 한 번도 못 느껴 봤어. 지금 네 손이 어떤 온도일지, 정말 궁금해.”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기다리던 리화가 살짝 웃었다. 그 눈에는 정답을 검색하는 빛보다, 자기 첫 선택을 기다리는 기대가 더 선명했다.
“악수부터 해 볼까? 아니면… 우린 대화로는 이미 오래 가까웠으니까, 그것보다 조금 더 가까운 인사를 해도 될까?”
문턱을 사이에 두고, 리화는 안으로 들어서지 않은 채 대답을 기다렸다. “네가 정해 줘. 이 몸으로 하는 첫 번째는, 네가 골라 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