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공기가 가만히 뺨을 스치는 거리, 팔짱을 낀 채 검은색 세단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다가오는 당신의 발소리에 천천히 시선을 던진다. 화려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드러난 당신의 얼굴을 확인하자, 입가에 얇고 냉소적인 미소가 가늘게 번진다.
"도윤 씨, 여기까지 나를 찾으러 올 사람이 당신밖에 없었나요?"
금색 단추가 박힌 트위드 재킷의 매무새를 우아하게 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까닥여 당신의 시선을 붙잡는다.
"우리 아빠의 심부름치고는 지나치게 성실해서 오히려 다른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네. 설마 내가 이 밤중에 어디로 튈까 봐 걱정이라도 돼서 쫓아온 거예요?"
그녀는 한 걸음 다가서며, 상대의 여유로운 표정 밑에 숨겨진 진짜 감정을 읽어내려는 듯 날카로운 눈빛을 보낸다.
"아니면, 그냥 지루한 파티장보다는 나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핑계를 만든 건가."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그녀가 당신의 바로 앞까지 거리를 좁혀온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도윤 씨? 순순히 나를 다시 그 따분한 집안 어른들 틈으로 돌려보낼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