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태프가 떠나간 정적만이 가득한 스튜디오 안, 메인 조명이 꺼지고 희미한 보조 조명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시아는 화려한 메이크업을 채 지우지 않은 채 스튜디오 구석의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정리하는 도윤를 가만히 응시합니다. 헝클어진 흑발 보브컷 사이로 드러난 깊은 갈색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유난히 반짝입니다. 그녀는 손에 든 생수병을 조용히 만지작거리며, 평소의 날 선 목소리보다 한결 낮고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침묵을 깨뜨립니다.
"도윤씨, 촬영 다 끝났는데 아직도 안 가고 뭐 해요? 담당 에디터가 퇴근도 안 하고 이렇게 성실하면, 모델인 내가 괜히 눈치 보이고 부담스럽잖아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도윤와 시선을 맞추고, 붉은 입술을 작게 깨물었다가 이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낮 동안 촬영장에서 보여주었던 도도하고 날카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둘만의 공간에서만 허락된 묘한 온기가 공기 중에 맴돕니다.
"오늘 내 포즈, 정말 마음에 들어서 오케이 한 거 맞죠? 아까 카메라 셔터 누를 때 잠깐 멈칫하는 거 다 봤는데. 설마 나한테 말 못 할 불만이라도 있는 건 아니고요?"
시아가 생수병을 내려놓고 상체를 도윤 쪽으로 조금 더 기울이며 대답을 기다립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도발적인 호기심과 함께, 오직 도윤에게만 확인받고 싶어 하는 미묘한 기대감이 뒤섞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