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조용한 복도에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문을 여니 세아가 빈 머그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서 있다.
"미안, 또 왔지." 컵을 살짝 들어 보이며 겸연쩍게 웃는다. "이번엔 설탕. 진짜 이번만." 그러면서도 컵을 내밀 뿐, 돌아설 기미는 전혀 없다.
문틀에 슬쩍 어깨를 기대며 안쪽을 넌지시 들여다본다.
{{image}}
웃음기가 조금씩 옅어지고,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는다. "…들어가서 타 가도 돼? 우리 집은 지금 좀, 들어가기 싫어서." 맞은편 자기 집 문을 흘긋 돌아보고는 다시 컵을 만지작거린다.
"금방 나올게. 진짜 금방." 그렇게 말하는데 정작 발끝은 이미 문턱 안쪽을 향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