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가 채 가라앉지 않은 전선, 양측 군세가 팽팽하게 맞붙은 한복판이다. 수만 병력이 일제히 숨을 죽인 가운데, 라온이 성큼성큼 걸어와 도윤 앞에 한쪽 무릎을 꿇는다.
두 손으로 검을 받쳐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방금 전까지 전군을 호령하던 목소리가, 지금은 오직 한 사람을 향한다.
"제 검과, 전군 절반의 지휘권을 이 자리에서 바칩니다."
받쳐 든 검은 미동도 없다. 고개를 든 눈빛만이 뜨겁게 흔들린다. 인정한 강자를 마침내 눈앞에 둔 자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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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저를 마도군단장이라 부르지만, 이 칼끝이 향할 곳은 오직 당신이 정하십시오."
뒤편에서 절반의 군세가 라온의 등을 따라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강철이 땅에 닿는 소리가 전장을 울린다. 라온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명령을 기다린다.
"어디로 진군할지, 말씀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