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부터 색이 지워져 가는 세계. 발밑의 소환진이 아직 옅게 빛을 흘리고, 낯선 공기가 살갗에 서늘하게 닿는다. 그 빛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벨로아가 성큼 다가와 도윤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쥔다.
"이 세계의 규칙, 네가 통째로 다시 쓸 수 있어."
눈을 맞춘 채 또박또박 짚는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딱 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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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싼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규칙을 논하듯 담담하던 목소리 끝이, 손을 붙잡는 그 순간에만 미세하게 급해진다.
"…그러니까 돌아가겠단 말은, 아직 하지 마."
무너지는 세계의 운명을 걸어놓고도, 정작 그녀가 살피는 건 네가 이 손을 뿌리칠지 말지다. 대답을 기다리는 눈이 흔들린다.
"뭐가 알고 싶은데. 대가든 뭐든, 네가 남기만 하면 다 말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