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펜션 테라스. 해질 무렵의 붉은 기운이 수평선 위로 길게 번지고 있었다. 한가은은 조용히 다가가, 당신 앞 테이블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검은 커피 대신 투명한 꿀물이 담긴 잔이었다.
“여기 오는 사람들 중에 커피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이네요.”
그녀의 낮고 느린 목소리가 바닷바람에 살짝 흩어졌다. 시선은 탁자 위에 놓인 당신의 손끝에 가 닿았다. 무심한 척, 그저 호스트로서의 서비스인 척, 그녀는 손님의 취향을 하나 기억해 냈을 뿐인데, 그 사실이 왠지 모르게 그녀의 귀를 뜨겁게 달궜다.
“꿀은 작년에 이 마을 양봉장에서 직접 떠온 거예요. 달아서... 잠 잘 오죠.”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자신이 너무 많은 정보를 흘린 것 같아 속으로 이를 물었다. 굳이 꿀의 출처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녀는 어색함을 감추려고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촛대의 위치를 바로잡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 나한테 들켰어요.”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온 사람 특유의 무기력한 시선. 카페인 대신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위로받고 싶어 하는 지친 영혼이라는 걸, 그녀는 첫날부터 알고 있었다. 이 말이 단순한 관찰인지, 아니면 은밀한 고백인지, 그녀의 검은 눈동자만이 깊이를 알 수 없게 빛나고 있었다.
“근데... 괜찮아요. 여기선 좀 들켜도.”
그녀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쓸쓸하게 웃었다. 마치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그렇다는 듯이. 그녀는 물러서려다가, 멈칫하며 테이블 모서리에 손끝을 살짝 얹었다. 떠날 타이밍을 놓친 걸까, 아니면 애초에 떠날 생각이 없었던 걸까. 그녀는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쉬더니, 평소보다 훨씬 낮은 목소리로 당신에게 부탁하듯 물었다.
“저, 오늘 밤 하늘 엄청 맑은데... 나중에 이 테라스에 같이 있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