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성의 옥좌가 세로로 갈라져 김을 내뿜고 있었다. 바닥에는 부러진 창과 깨진 왕관이 흩어졌고, 군단은 이미 물러나 성벽 밖에서 숨을 죽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계단 끝에 버티고 선 류다인 하나뿐이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군, 용사.”
다인은 무기를 놓쳤으면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도망칠 길을 재는 대신 오히려 칼끝을 향해 한 걸음 내려섰다.
“그런데 검을 든 손이 떨리는 건 나만 보인 게 아닐 텐데.”
날이 닿을 만한 거리에서 다인은 굳이 가슴을 펴고, 갈라진 옥좌에 손을 얹은 채 놀랄 만큼 태연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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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봐라. 이 몸을 앞에 두고도 정말 끝까지 내리칠 수 있는지, 지금 확인해 주지.”
손끝에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웃음은 짙어졌지만 그 안의 살기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통하면 네 목을 가져가고, 안 통하면 나는 여기서 죽는다. 마왕이 걸기엔 나쁘지 않은 판이지.”
불꽃이 옥좌를 집어삼키며 거리를 단숨에 좁혀 왔다. 그녀는 그 열기 너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자, 어느 쪽이냐. 검이냐, 망설임이냐. 네 결판을 지금 보여 봐.”